Krest Asia Market Pulse

경기는 예상보다 빨리 식어갈 듯

September 2023 임태섭 (경영학박사 / 수석전략가)

나쁜 뉴스가 언제까지 좋은 뉴스가 될지

8월 중순 이후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지나친 과열기미를 보였던 미국경기가 점차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준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고용시장도 구인자수와 신규취업자수가 지속 감소하고 임금상승 압박도 조금씩 완화되며 수급불균형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가 둔화 기미를 보이면서 최근 급상승했던 미 국채금리는 일단상승세가 꺾였고 주식시장은 연준이 경기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2%에 안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착륙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연준이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식에 반하는 몇가지 가정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실업률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부합하는가이다. 8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실업률이 졸업시즌과 함께 고용시장 참여율이 늘어나면서 3.8%로 0.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대적 관계로 볼 때 실업률이 현재 수준보다 상당폭 상승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2%에 수렴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실업률이 과거 연준의 긴축국면에서 0.5%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추세에 접어든 경우, 샴의 법칙이 보여주듯이 결국 실업률은 휠씬 큰 폭으로 상승하며 경기침체로 이어지곤 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실업률 수준을 지난 10년전 5.2%-6.0% 수준에서 현재는 크게 하락한 3.8%-4.3% 수준으로 추정한다. 8월 고용보고서는 실업률이 3.8%로 조금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아직도 구인자수가 구직자를 크게 웃돌고 있어 고용시장의 불균형은 해소되고 있지 않다. 또한, 연준의 인플레이션 지수라고 할 수 있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Core PCE)와 근원 개인소비지출 서비스가격지수 (주택 제외) (Super Core PCE) 상승률은 전년대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상승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ISM PMI)의 물가지수가 원재로가격과 임금상승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어 상품가격 하락에 의해 주도되었던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반전될 가능성마저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파월의장이 밝혔듯이 고용시장의 불균형 해소가 지속되도록 연준은 긴축정책을 고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실업률을 4.3% 이내에서 제어하는데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대개 경기연착륙에 대한 낙관론을 침체전까지도 고수하곤 하는 연준 FOMC위원들도 아직까지 내년말 실업률을 4.5%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미국소비의 급락 시나리오

미국경제는 팬데믹 발생에 대응한 연준의 5조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유동성 투입과 연방정부의 4조6천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추가 재정지출이 이전한 가계 잉여저축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소비와 고용이 모두 상승세를 이어왔다. 또한, 엄청난 유동성은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배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잉여저축과 유동성의 공식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연준의 리서치에 의하면 미국 가계는 지난 3년여에 걸쳐 소득을 크게 초과하는 소비를 지속함으로써 잉여저축을 거의 소진하였다. 한때 2.1조 달러에 달하던 잉여저축에서 올 2/4분기까지 1.9조 달러가 지출됨으로써 잉여저축은 3/4분기중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미국 가계 소비지출 급등에 따른 저축률 급락
그림 1: 미국 가계 소비지출 급등에 따른 저축률 급락

출처; US FRB

그림 2: 미국 가계 잉여저축 급격히 소진
그림 2: 미국 가계 잉여저축 급격히 소진

출처: US FRB

잉여저축의 소진은 가계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업의 경기전망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 이후 유예되었던 학자금대출 상환이 이번 달부터 재개되면서 소비위축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 몇년간 고용시장의 심각한 수습불균형을 경험한 기업들은 작년 하반기 경기전망의 점진적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소비위축이 현실화된다면 기업의 경기전망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리해고의 급격한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연준의 양적긴축이 지속되며 시스템 유동성이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소비자와 중소기업 금융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지방은행들의 신용태도지수가 3월 지방은행 파산사태에 이어 더욱 더 위축되며 유동성 감소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실적 하향조정 불가피해 보여

현재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와 KOSPI는 올 1/4분기를 저점으로 기업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가계의 소비위축이 현실화된다면 하반기 매출증가 속도가 급락하고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실적의 반등이 실현될지 의문이다. 이미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KOSPI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미국 가계의 상품소비 위축으로 예상보다 대부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가계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위축된다면 하반기 다시 한번 예상실적이 대폭 하향 조정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연착륙과 실적 반등을 반영하고 있는 주식시장이 금리상승의 여파와 기업 수익률 및 실적하락을 반영하기 시작하면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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