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st Asia Market Pulse

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March 2024 임태섭 (경영학박사 / 수석전략가)

지칠 줄 모르는 미국 증시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들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출 줄 모르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지적했듯이 이제 미국증시는 버블국면에 진입했는가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파이낸셜타임스도 같은 주제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AI관련 투자를 중심으로 증시가 더욱 달아오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같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아직은 버블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AI 관련 투자에 직접 영향을 받는 반도체 주식이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크게 오르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밸류에이션에 달하고 있다 또한 지난 달에는 뜬금없이 정부가 한국증시의 저평가 현상,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주당 순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들을 중심으로 대거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지수가 한단계 더 상승하였다. 또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책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지배구조의 점진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주주가치 환원이 증가하면서 3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증시를 목격한 외국인들도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 레벨업을 기대하며 매수세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3월말 발표된 증시 저평가 국면 해소를 겨냥한 정부정책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대주주와 최고경영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대체적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반면, 주식 밸류에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실적전망이나 금리전망은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

투자자들의 대체적 분위기는 현재 미국증시는 버블국면에 가까워지고는 있으나 아직은 버블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목해야할 점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아직은 버블국면이 아니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아직도 주식시장이 매력적이며 추격 매수세가 유효하다는 결론인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점이 경기확장 최종국면에 버블을 만들어내는 필요조건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Nvidia 주가나 SK하이닉스 주가를 보면서 아직도 정점이 멀었으며 상당한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항상 긍정적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투자자도 쉽지 않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런 류의 주식들은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격을 주가에 연동해서 올리기에 실제 목표가격에 도달한 적도 매수의견이 바뀐 적도 거의 없다. 버블이 형성되는 또 하나의 필요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미국 증시를 주도하던 “매그니피션트 7” 중 AI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으로 보이는 Apple, Amazon, Alphabet(Google의 모회사)와 전기차 전환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Tesla가 떨어져 나가면서 어느새 Nvidia, Meta, Microsoft의 “매그니피션트 3”로 좁혀진 분위기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영화 “매그니피션트 7”의 마지막 생존자도 3명이었던 것 같다. 현재의 미국증시가 버블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지금의 S&P500 밸류에이션이 지난 수십 년간의 평균보다는 비싸지만 팬데믹 후 2021년 Gamestop 등 “밈”주식이 치솟았던 시기의 밸류에이션과는 비교가 되지 않고 “매그니피션트 7”의 실적이 계속 시장의 기대감을 웃돌며 놀라운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매그니피션트 7”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들의 밸류에이션은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빅테크 주식들의 매출대비 주가는 이미 2000년 IT버블시기를 넘어서고 있어 빅테크 기업들의 현재 수익성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흔들리지 않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그럴까? 현재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나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전망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정하고 있다. 물론 연초와 같은 5번에 걸친 1.25% 포인트 이상의 급격한 금리인하 전망에서는 많이 물러났지만 아직도 서너 번에 걸친 0.75%에서 1% 포인트 정도의 금리인하를 가정하고 있다.

금리인하는 멀어지고

2000년대 초반의 IT버블을 되짚어보면 결국 그 당시 연준을 이끌었던 그린스펀 의장이 아시아 금융위기에 뒤이은 채권 헤지펀드 LTCM(Long Term Capital Market)의 파산으로 인한 충격에 대응하고자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에서부터 주식시장이 급격히 버블국면에 진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연준은 그 시절의 연준에 비해 시장과의 소통을 크게 강화하여 금리조정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미 상당부분의 조정 효과가 금융여건의 변화를 통해 시장과 경제에 반영되곤 한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 랠리는 이미 서너 번에 걸친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준이 금리인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필자는 연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상당한 가능성을 본다.

우선, 현재 미국 경제는 더 이상 둔화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지표상으로는 다시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 이는 작년 하반기 연준이 금리정책의 방향을 현 수준 유지에서 적절한 시기 인하로 천명하면서 금융여건을 크게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작년 내내 위축국면을 지속하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하였고 서비스산업 PMI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경기가 재상승 탄력을 받으면서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임금상승이 이어져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기저 인플레이션 추세가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파월의장이 주목하고 있는 주택임대차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Super Core)가 전달대비 상승하고 있다. 셋째, 고용시장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어 실업청구건수는 매주 20만명 언저리에, 비농업 신규채용자수도 매월 20만명 언저리에 머물며 임금상승률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부합하는 3.5% 수준을 휠씬 넘어서는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넷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작년 하반기 정점을 찍고 하락하면서 수요가 살아난 반면 공급부족은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였으며 임대차 가격도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택임대차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지표가 쉽게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11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여야 하는 연준은 금리를 내리기가 더욱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최근의 거시경제 지표들을 기준으로 보면 연준은 올해 금리인하에 나서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연준은 작년 말 과잉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위험을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금융여건을 완화시켜 경기조정에 나섰듯이 현재는 금리인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여 경기의 상승탄력을 조정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전망만을 조정하여 경기사이클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기지표들은 기업실적 전망이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수 있고 금융여건은 자산가격이 쉽게 상승탄력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자산가격 버블은 당분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4분기말까지 발표되는 인플레이션을 중심으로 한 경제지표들이 연준의 예상대로 완만히 하강하는 모습을 확인해준다면 우리는 아마도 한번도 목격하지 못한 경기 상승과 인플레이션 하락의 조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수없이 나타났듯이 경기 상승에 따른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고집스럽게 현수준을 유지하거나 다시 상승하는 추이를 보인다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수그러들고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도 조정을 받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전자의 낙관론을 믿으니 당분간 자산가격의 버블도 커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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