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st Asia Market Pulse

높아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그늘

March 2022 임태섭 (경영학박사 / 수석전략가)

전쟁과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응한 서방국가들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조치는 공급측면에서 촉발된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러시아처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나 수입금지조치들은 제재대상이 되는 국가로부터의 재화공급을 배제시킴으로써 전세계 수급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타 국가들이 더 많은 생산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재대상이 되는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재조치의 여파를 결정한다. 러시아의 경우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역규모와 GDP규모의 2% 남짓이기 때문에 총공급측면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시장에서 비대칭적으로 큰 공급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전 세계 원유 소비의 11%, 천연가스소비의 17%, 특히 서유럽 천연가스소비의 40%를 공급하고 있었다. 또한 밀 생산의 11%, 산업용 금속의 9%, 비료 생산의 8% 등 농산물을 포함한 원자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이번 침공으로 밀 등 우크라이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의 공급을 대폭 축소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서방진영은 경제재제조치뿐 아니라 은행간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배제시킴으로써 러시아가 서방진영이외의 제3국가들에게 수출하는 통로를 대부분 봉쇄하였다. 또한 글로벌해운사들이 제재조치에 동참하며 러시아 노선 운항을 중단하여 러시아 관련 물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고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은 곧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조치를 취할 태세이다. EU도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등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과 EU는 제3국으로 제재조치를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원유시장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가능성을 반영하며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비해 이미 배럴당 20달러 이상 상승하였다. 상황에 따라서는 원유가격이 현재 가격 이상으로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럴당 20달러 정도의 가격급등은 기본적으로 물가상승과 소비감소를 통해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주게 된다. 배럴당 20달러 급등한 원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EU의 경우 GDP가 0.6% 정도 감소하게 되고 미국의 경우 셰일오일에 대한 투자와 생산증가를 통해 유가상승을 어느 정도 상쇄하게 되면서 조금 완화된 0.3% 정도의 GDP 감소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평가한다. EU경제는 원유 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대단히높아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GDP가 1%정도까지 감소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안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 경제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시장뿐 아니라 원자재시장이 전반적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밀 가격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알루미늄, 니켈, 구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곡창지대는 분쟁이 계속되며 이미 파종시기를 놓치고 있어 밀 공급문제는 분쟁이 조기 종식된다 하더라도 올 겨울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재의 구조적 공급부족이 가격상승을 유발하고 있는 와중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은 상당기간 고공행진을 할 것이다. 따라서 전쟁으로 가중된 인플레이션 압력은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예상과는 달리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높아진 인플레이션과 성장 리스크

현재까지 적용된 경제제재조치들을 종합해 볼 때 미국과 EU경제에 대한 영향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과 EU의 성장률은 대체적으로 추세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2월 비농업부분 고용지표는 678,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발표되며 실업률을 3.8%수준으로 하락시켰다. 임금상승률이 예상과 달리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현재의 미국 고용시장 활황세를 고려할 때 5-6%수준으로 재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12월 기준으로 미국의 일자리수가 가용근로자수를 2.8%나 초과하며 2차대전 후 최대의 노동력 공급부족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5-6%의 임금상승률은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부합하는 3-4%수준 임금상승과 1.5-2%수준 생산성 증가를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분쟁으로 확대되며 성장전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연준은 이번 달 확실시되는 0.25% 인상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연준이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상승세 완화를 기대하며 0.25%씩의 점진적 인상속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원자재가격 폭등이 기대인플레이션을 크게 상승시키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번에 0.5% 인상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금융여건을 크게 긴축시키면서 경제성장 전반에 대한 위협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출 가능성도 있다.

미국경제에 비해 EU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에 좀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높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경제전망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산 가스공급이 중단되면 생산시설의 가동중단이 불가피하며 성장률 전망을 크게 낮추게 될 것이다. 또한 EU의 금융여건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며 크게 긴축될 수 있다.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유럽중앙은행은 4/4분기로 예상되었던 금리인상을 내년으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충격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도 높지 않고 국내경기의 과열 기미도 없다. 하지만 최근의 농산물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밀과 대두의 수입사료 의존도가 높아 정치적으로 민감한 돈육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으며 현재 홍콩이 겪고 있는 극심한 혼란상황을 언제든지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최근 과도한 부채비율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정리되면서 통화신용정책이 좀더 경기부양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으나 정책적 유연성에 비해 성장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금융시장은 아직까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충격에 패닉상황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러시아 주식, 채권과 루블화의 폭락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밀과 니켈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을 제외하면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시장은 현재 연준이 올해 정책금리를 0.25%씩 5-6번 정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내년 이후 금리인상에 가능성을 상당히 낮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앞으로 시장의 내년 이후 정책금리 기대수준은 한단계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단기금리는 정책금리인상을 반영하여 상승한 반면 10년물 이상 장기금리는 경기침체 리스크가 높아지며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더욱 축소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균형이 경기침체로 기우는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래저래 주식, 채권시장에는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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